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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수배 선생님.

저는 15년도부터 복수 전공으로 인문대에서 철학을 수강했던 배인기입니다. 진로와 관련해 상담을 청한 적도 없고 수강 시간도 많지 않았던 터라, 저를 기억하시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철학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많은 영향을 주셨던 선생님께 한 번은 편지를 올리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이 들어, 다소 낯설지만 이렇게 글을 씁니다.

선생님 강의에서 기억나는 건 이상하게도 웃었던 일들입니다. 독일에서 유학하시던 시절 선생님의 '감기약' 유머 말이에요.를 담담한 얼굴로 들려주시면 학생들이 먼저 웃곤 했지요. 통섭을 비판하실 때 개미를 연구해 얻은 결론을 그대로 인간에게 옮겨 붙이는 게 얼마나 촌극인지 말씀하시던 것도 기억납니다. 그때는 웃기기만 했는데, 나중에 보니 농담이 아니었습니다.

졸업하고는 예전에 선생님께서 어떤 이야기를 하시다가 서강 근처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셨다는 말을 하셨던 게 기억이 납니다.대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벤야민의 『독일 낭만주의의 예술비평 개념』을 중심에 두고 비평과 비판의 문제를 그때만 해도 2027년이면 미국이나 독일에 있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었던 게 사실입니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무렵 학점 교류로 이화여대에서 철학 상담 강의를 두 학기 들었습니다. 선생님 아래서 배운 걸 조금 더 밀고 나가 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수업이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르게 진행됐고, 그렇게 끝이 나서 아쉬움만 남았습니다. 그만큼 기대가 컸던 것 같습니다.

정작 붙들려 했던 공부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흐지부지됐습니다. 박사는 무슨, 석사도 채 마치지 못했으니 반쪽짜리가 된 셈입니다. 원하는 만큼 공부하지 못한 게 아쉽지만,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지금 서울 생활을 접고 두 달 남짓 전에 대전으로 내려왔습니다. 유성구청 옆 서점에서 열리는 지금은 끝이 났지만, 덕분에 플라톤의 『테아이테토스』 편을 함께 읽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인식론, 특히나 언어와 관계하는 진리 탐구는 예전부터 소질이 없었던지라 힘들었습니다.에 나가게 됐는데, 고대 철학을 전공한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선생님께서 블로그를 통해서 꾸준히 소식을 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오 분 남짓한 진료 때문에 아침부터 힘든 일정을 소화하신다는 글을 봤습니다. 저희 아내도 지병으로 두세 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갈 때마다 채혈부터 진료 그리고 약 수령까지 선생님과 거의 동일한 과정을 겪습니다. 그래서 그 하루가 얼마나 지난하고 허무한지 곁에서 봐왔어서 얼마나 고단하실지 짐작이 갑니다. 앞으로도 쭉 좋은 소식이 블로그를 통해서 전해지길 바라겠습니다.

대전에 내려와 자리를 잡고 선생님의 블로그를 통해 일상을 접하면서, 직접 찾아뵙지는 못하더라도 이렇게나마 안부와 응원의 마음을 건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멀리서나마 늘 선생님의 건강과 평안을 빌겠습니다.